지난해 12월 31일.
중국 우한에서 정체불명인 폐렴이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된 첫 날짭니다.
그때만 해도 우한만의 얘기 같았지 이렇게 1년 내내 온 인류가 사투를 벌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.
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은 지난 1년.
세계를 보다 김민지 기자가 되짚어 봅니다.
[리포트]
마스크도 쓰지 않은 시민들이 한데 모여 춤을 추고 유람선에서 저녁도 즐깁니다.
시장에는 웃음소리가 들립니다.
[첸진 / 우한 상인]
"다른 곳보다 우한이 안전해요.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안전한 곳이 된 겁니다."
[후앙 / 우한 시민]
"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. 우리는 두 번째 인생을 얻었습니다."
지금 세계 곳곳은 1년 전 코로나19가 처음 보고된 중국 우한과는 사뭇 다릅니다.
재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속수무책 쓰러진 환자들.
[우한 시내 병원(지난 1월)]
"시신 3구가 오전부터 계속 놓여있습니다. 지금까지도 처리해주러 오는 사람이 없네요."
초기 대응 부실을 고발했던 중국 의사가 정부의 탄압 속에 세상을 떠나자 시민들은 내부 고발을 상징하는 호루라기를 불었습니다.
두 달이나 늦었던 대유행 선언.
[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/ WHO 사무총장(지난 3월)]
"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합니다."
들불처럼 번지는 바이러스에 의료진은 좌절했습니다.
[페루자 / 이탈리아 의료진(지난달)]
"그 공포, 이제는 말할 수 있을 지도요. 이게 (딸이 그린) 코로나 바이러스예요."
곳곳에 내려진 봉쇄령과
[미국 CNN 기자(지난 3월)]
"로마는 정말 유령도시입니다.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섬뜩합니다."
인류를 위한 간절한 기도도 이어지지만
[프란치스코 / 교황(지난 4월)]
"모두 코로나19에서 해방될 수 있게 기도드립니다. 아멘."
경제시계는 멈췄고, 인류는 길바닥에 나앉을 위기입니다.
[데라 / 인도 이주 노동자]
"이런 순간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. 어디를 가도 일자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."
때론 시민들이 자유를 달라고 외쳤지만, 코로나가 불러온 감시의 사회는 더 공고해졌습니다.
[독일 시민(지난달)]
"코로나19는 가짜예요. 바이러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.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들이 딱할 뿐이죠."
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7천600만 명, 남북한 인구를 합친 숫자와 비슷합니다.
트럼프 미국 대통령도, 존슨 영국 총리도,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.
[에마뉘엘 마크롱 / 프랑스 대통령(코로나19 확진·자가격리 중)]
"아무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받지 못합니다."
영국은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,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.
전염성이 70% 이상 높은 변종 바이러스 때문입니다.
[보리스 존슨 / 영국 총리]
"그것이 더 심각한 질병이나 더 높은 사망률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지만, 훨씬 더 쉽게 전염되는 것처럼 보입니다."
모임도, 여행도, 입학식 졸업식도 사라진 코로나 시대지만, 자라나는 아이들의 희망까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.
[산타클로스]
"요즘 같은 시기엔 크리스마스를 통해 아이들에게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."
내년 크리스마스에는 부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세계를 보다, 김민지입니다.
mettymom@donga.com
영상편집: 차태윤